
요즘 청사포에서 송정까지 달릴 때마다 느끼는 건데, 저처럼 달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가 무릎 통증으로 고생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엔 학교 운동장 5바퀴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거든요.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은 6km를 쉬지 않고 달리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된 건 아니었습니다. 걷기에서 시작해 슬로우 조깅을 거쳐 지금의 페이스를 찾기까지, 제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게 가장 중요했습니다.
속도만 다를 뿐, 완전히 다른 운동 강도
걷기와 조깁, 러닝은 겉보기엔 속도 차이만 있어 보이지만 신체에 가해지는 부하는 완전히 다릅니다. 미국심장학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시속 8~10km로 달리는 것을 조깅, 시속 10km 이상을 러닝으로 구분합니다(출처: 미국심장학회).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속도가 아니라 '자각적 운동 강도(RPE, Rate of Perceived Exertion)'입니다. 자각적 운동 강도란 운동할 때 본인이 느끼는 힘든 정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하는 지표로, 같은 속도로 뛰어도 개인의 체력 수준에 따라 강도가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 무조건 빨리 뛰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줌바를 일주일에 4번씩 했으니 체력은 괜찮을 거라 자신했죠. 하지만 막상 운동장을 돌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줌바는 1시간 동안 하는 유산소 운동이지만, 달리기는 또 다른 차원의 유산소였습니다. 걷기를 5km 해도 땀이 많이 나지 않았는데, 달리기는 2km만 뛰어도 땀이 쏟아지고 노폐물이 빠지는 느낌이 확실했습니다.
실제로 걷기는 관절에 체중의 1.5배 정도 부하가 걸리지만, 러닝은 체중의 8배에 달하는 충격이 무릎에 전달됩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달리면 관절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40대 이후엔 근감소증(Sarcopenia)이 시작되는데, 근감소증이란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과 근력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시기엔 더욱 신중하게 운동 강도를 선택해야 합니다.
심폐기능 향상과 뇌 건강, 유산소의 진짜 효과
2022년 란셋(The Lancet)에 실린 메타분석 연구는 47만명을 2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출처: The Lancet). 이 연구에 따르면 하루 걸음수가 많을수록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낮아졌는데, 특히 60세 미만은 하루 8천보만 걸어도 사망위험이 뚜렷하게 감소했습니다.
유산소 운동이 심폐기능을 강화하는 원리는 명확합니다. 규칙적인 걷기나 조깅은 심박출량(Cardiac Output)을 증가시킵니다. 심박출량이란 심장이 1분 동안 내보내는 혈액의 양을 의미하는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온몸에 산소와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습니다. 저도 달리기를 시작한 뒤 계단을 오를 때 예전처럼 숨이 차지 않는 걸 체감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뇌 안에 쌓인 노폐물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단백질)이 몸 밖으로 배출되면서 치매와 파킨슨병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일주일간 걷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파킨슨병 환자의 치매 발병 가능성이 41%나 낮아진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걷기만으로도 뇌의 혈류량이 증가하고, 신경전달물질이 활성화되면서 인지기능이 개선되는 겁니다.
저는 달리기를 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립니다. 청사포에서 송정까지 바다를 바라보며 뛰다 보면 하루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땀과 함께 빠져나가는 느낌입니다. 일주일에 최소 3번은 달리려고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정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운동이 또 어디 있을까요.
내 몸에 맞는 강도 찾기, 이것만은 꼭
무릎이 아파서 달리기를 못한다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슬로우 조깅은 오히려 무릎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잘못된 자세와 과도한 강도입니다. 달리기 부상의 70% 이상이 무릎을 비롯한 하지에서 발생하는데, 대부분 오버스트라이드(Over-stride) 때문입니다. 오버스트라이드란 내 몸보다 앞쪽에 발을 착지하는 잘못된 달리기 자세를 말하는데, 이렇게 뛰면 관절과 근육에 무리가 갑니다.
고혈압이나 당뇨 전단계 같은 기저질환이 있다면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이미 혈관이 좁아진 상태에서 격한 달리기를 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욕심이 앞서 무리하게 뛰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위험한 선택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등도 강도 운동부터 시작하라고 권합니다. 중등도 강도란 자각적 운동 강도 10점 만점에 4~6점 정도로, 약간 숨이 차지만 대화는 가능한 수준입니다. 빠르게 걷기(파워워킹)에서 시작해 20분씩 하다가 5분씩 시간을 늘리고, 몸이 적응하면 슬로우 조깅으로 넘어가는 식입니다. 저도 이 방법으로 단계를 밟았더니 2주 만에 체지방이 줄고 근육 기능이 향상되는 걸 느꼈습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하체 근력 운동도 병행하면 좋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의자 잡고 스쿼트: 매일 10개씩 3세트만 해도 근력 유지에 효과적
- 계단 오르기: 집 앞 계단은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최고의 하체 운동 장소
- 저항밴드 운동: 집에서 간편하게 허벅지와 종아리 근력 강화 가능
허벅지 근력이 없으면 달리기가 훨씬 힘듭니다. 저도 하체 근력 운동을 하고 나니 달리기가 한결 편해졌고, 달리기 후엔 꼭 스쿼트로 마무리합니다.
행복한 노년 건강은 지금부터 준비하는 겁니다. 나이 들어 걷지 못하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비참합니다. 무릎 연골을 지키려면 젊을 때부터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병행해야 합니다. 저는 지금 1km를 6분 초반에 달리지만, 노년에도 슬로우 조깅으로라도 계속 달릴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정제된 식품보다는 섬유질이 많은 음식과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내 몸에 맞는 속도로 오래 달리는 게 목표입니다. 속도보다 방향성, 그리고 꾸준함이 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