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남편이 콜레스테롤 약을 처방받았을 때 좀 의아했습니다. 일주일에 네 번씩 테니스를 치고,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과하게 마시지 않는 사람인데 검진 결과지에는 '운동 부족', '과음'이라는 체크가 돼 있었거든요. 문진표에 적힌 몇 줄의 내용만으로 사람의 생활 패턴을 판단하는 게 맞는 건가 싶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본 제 눈에는 남편이 건강하게 잘 관리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병원에서는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콜레스테롤 약, 정말 모두에게 필요한가
콜레스테롤에 대해 제대로 알기 전까지 저도 막연하게 '콜레스테롤은 나쁜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영양분이더군요. 세포막을 구성하는 중요한 성분이고, 부족하면 오히려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고 합니다. 문제는 현대인들이 너무 많이 섭취하면서 혈관벽에 쌓이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콜레스테롤 자체는 종류가 따로 없습니다. 다만 어떤 운반체에 실려 있느냐에 따라 LDL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로 나뉠 뿐이에요. LDL은 몸 곳곳에 콜레스테롤을 전달하는 역할이라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고, HDL은 잘못 쌓인 콜레스테롤을 회수해 오니까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립니다. 사실 그 안에 든 콜레스테롤 자체는 똑같은 물질입니다.
남편의 경우 LDL 수치가 조금 높게 나왔는데, 사실 저는 이게 간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증거라고도 들었습니다. 우리 몸의 콜레스테롤 중 80%는 간에서 만들어지고, 음식으로 섭취하는 건 2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해요. 그래서 고기를 덜 먹는다고 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확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채식 위주로 바꿔도 효과가 미미한 경우가 많습니다. 체질적으로 간이 콜레스테롤을 많이 합성하는 사람이 있고, 적게 합성하는 사람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기준치를 약간만 넘어도 바로 약 처방이 나옵니다. 제 생각에는 이게 조금 과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을 겪은 분들, 또는 LDL이 180 이상으로 명백하게 높은 분들은 당연히 약을 먹어야 합니다. 하지만 일반인 수준에서 약간 높다고 해서 모두에게 약을 권하는 건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타틴 공포, 과연 근거가 있을까
남편이 처방받은 약이 바로 스타틴 계열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인터넷에서 '스타틴 부작용'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근육통이 생긴다, 간 수치가 오른다, 심지어 당뇨 위험이 높아진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그런데 좀 더 찾아보니, 스타틴 공포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의학적으로 스타틴은 1990년대부터 수천 건의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약입니다. 간에서 탄수화물로부터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과정을 차단해서 LDL 수치를 절반 정도까지 낮출 수 있고, 장기적으로 보면 뇌졸중과 심근경색 위험을 크게 줄여준다고 해요. 실제로 심혈관 질환 예방에 이만큼 확실한 효과를 보인 약도 드물다고 합니다.
물론 부작용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근육에도 영향을 줘서 근육통을 느끼는 분들이 있고, 쥐가 나거나 몸이 찌뿌둥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이건 고혈압약이나 당뇨약에도 부작용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약이라는 게 원래 부작용을 감수하고 먹는 것입니다.
문제는 고지혈증 자체가 증상이 없다 보니, 멀쩡하게 잘 살고 있던 사람이 약을 먹으면서 오히려 몸이 안 좋아진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점입니다. 저도 남편이 가끔 "약 먹고 나서 좀 피곤한 것 같아"라고 말할 때면, 이게 정말 약 때문인지 아니면 나이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렵더라고요. 제 경험상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는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면서 지켜보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정말 약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무분별하게 처방하는 건 문제라고 봅니다. 문진표 몇 줄 체크한 걸로 '운동 부족'이라고 판단하고, 실제 생활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약을 주는 시스템은 분명 개선이 필요합니다. 남편처럼 실제로는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도 서류상으로는 '고위험군'이 돼버리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뭔가 수치가 조금만 높으면 일단 약부터 먹이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필요한 사람에게는 약이 생명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인의 생활 패턴을 생각해보면, 농경사회처럼 육체노동을 많이 하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르잖아요. 먹는 만큼 움직이지 않으니 남는 에너지가 몸에 쌓이고, 그게 고지혈증이나 고혈압으로 나타나는 거죠. 그렇다면 약을 먹기 전에 먼저 생활습관부터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요. 약에 의존하는 안일함이 오히려 병을 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남편에게 당분간 약을 먹되, 동시에 식습관과 운동량을 좀 더 꼼꼼히 체크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병원의 과잉진료도 문제지만,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도 문제니까요. 정기적으로 수치를 확인하면서, 정말 약이 필요한 상태인지 함께 판단해나가려고 합니다.